‘구조조정’과 ‘인사 경영권 확보’에 대한 단체교섭 사례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I. 문제의 소재
경남지역에 있는 150명의 직원을 둔 한 중소 제조업체 (이하 ‘회사’) 는 A공장의 2개조 라인을 1개조 라인으로 전환함에 있어서 잉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과 더불어 인사경영권을 많이 침해하는 단체협약의 개정이 필요한 사인이었다.
이번 구조조정과 단체교섭을 통한 인사 경영권 회복은 참으로 쉽지 않고 되려 갈등을 심화시켜 노사간 큰 상처로 남길 수 있는 컨설팅이었다. 특히 회사 창립 수십년 동안 생산직의 구조조정은 한 번도 없었고, 생산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은 모두 유니온 숍의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다. 근로자들은 입사한 후 특별한 잘못이 없는 이상 정년까지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또한 단체협약의 인사경영권 침해조항은 지난 20여년 이상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회사가 노조측에 하나씩 양보한 결과였다. 사실상 회사는 인사경영권 침해조항으로 비정규직은 3개월 이상 채용하지 못했고, 회사의 규정을 도입하거나 개정하고자 할 경우에는 사전에 조합측과 합의해야 했고, 일시적 공장가동 급증의 경우 여유있는 라인쪽 근로자의 재배치는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가 있어야 가능하였다. 이렇게 침해된 인사 경영권으로 인해 회사는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위와 같이 어려움을 갖고 시작한 구조조정과 인사 경영권 회복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해결 되었다. 구조조정은 인위적인 해고 없이 해당 대상자 모두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으로 완수되었다. 또한 단체협약에서 침해된 인사 경영권의 회복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통해서 노동조합을 끝까지 설득시켜서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사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조정’과 ‘인사 경영권 회복’ 과정과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II.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추진과정
1. 구조조정의 필요성
회사는 최근 대내외적 적대적인 환경 변화로 인하여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우선 대외적 환경 변화로 저가 중국산 제품의 국내 유통,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있었고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내 경기가 침체되어 회사의 생산품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었다. 대내외적으로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 경쟁사 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지급되고 있었다. 현재 회사의 주요 공정인 AA 라인의 제품에 대해 시장수요가 많이 줄어 당장 구조조정을 해서 비용절감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위태로운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우선 제시된 안은 적자로 운영 중인 생산라인을 주야 2교대제에서 주간 1교대제로 전환하여 잉여인력분의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 구조조정의 추진 과정
본 노무사는 회사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실시하였다. 회사측은 2021년 9월 7일 노동조합과 1차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단체협약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회사가 당면한 적자 공정에 대해 노사 공동대처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하였다. 특히 회사는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사무직 근로자 17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외주인력도 조정하고 있었다. 회사는 노동조합에 현 적자공정라인 대해 2교대제를 주간 1교대제로 재편하고, 그 잉여인력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라 통보하였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데에 큰 걸림돌인 얼마의 희망퇴직금이 적당한 것인가를 많이 논의 하였다.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사무직 근로자들은 3개월치 희망퇴직금을 받고 퇴직 하였기 때문에 회사는 생산직 희망퇴직금을 6개월치로 시작하여 노동조합 조합과 협상하자고 하였다. 이에 대해 회사가 정한 희망퇴직금은 중간에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고, 현 생산직 근로자들의 근속년수가 20년 인 점을 고려할 때, 최소 1년치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도 있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수차례 고민속에 10개월의 퇴직금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회사는 2021년 9월 11일 희망퇴직 공고문을 붙여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회사가 노조와의 아무런 협상도 없이 일방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에 반발하였으며, 공고 한 후 1개월이 지나도 아무도 희망퇴직을 지원하지 않았다.
회사는 노동조합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해고대상자 선정에 대해 조합의 의견을 요청하였다. 이에 노동조합은 회사 전체의 매출액은 적자가 아니고 특정 생산라인의 적자일 뿐이므로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경쟁력 없는 제품으로 인해 적자의 폭이 확대되고 있고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곧 회사에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 설명하였다.
회사는 같은 해 10월 5일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한 경영상 해고 구조조정 계획을 공지하였다. 또한 회사는 노동조합에 해고대상자 선정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였다. 회사가 정한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기준을 가지고 선정한 25명의 명단을 조합에 전달하였다. 대상자 선정기준은 지난 10년치 인사기록 자료를 가지고 가점기준과 감점기준을 가지고 평가하였다. 가점기준은 ①장해여부, ②보훈대상, ③다부양자, ④모범사원, ⑤직책기여도, ⑦인사평가, ⑧필수기술 등으로 정하였고, 감점기준은 ①연간소득, ②무단결근, ③징계이력, ④인사평가, ⑤부주의 안전사고, ⑥태업행위, ⑦대상의 공정 등으로 정하였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발표에 반발하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하면서, 노동조합은 해고대상자 인원의 축소와 선정기준의 변경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인원을 회사가 계획한 25명에서 15명으로 60%나 감축하는 것과 평가기준에서 직책기여도는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회사는 구조조정 대상자를 기존 25명에서 20명으로 줄이는데 동의하였고, 직책 기여도를 평가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회사와 노동조합은 해고대상 인원과 대상자 선정기준을 노사간 합의로 결정하였다.
회사는 노사간에 합의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대상 근로자에게 통보하고 희망퇴직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상근로자들은 12월 10일이면 아무런 보상이 없이 해고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회사의 퇴직위로금을 받고 퇴직하는 절차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회사가 목표로 하는 대상인원 20명이 모두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수용함으로써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구조조정을 종결할 수 있었다.
III. 인사 경영권 회복을 위한 단체교섭
1. 인사 경영권 회복의 필요성
회사는 단체협약의 인사 경영권이 침해되는 부분이 많아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많았다. 중소기업의 제조업은 그 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후발 주자에게 먹히는 냉엄한 경영 현실을 가지고 있다. 특히 조선소에 납품하는 제품이 저렴한 중국산이나 동남아국가의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앞선 기술력으로 제품 품질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기술적 우위도 점점 좁혀지고 있는 현실에서 단체협약에 의한 인사 경영권의 침해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었다.
2. 단체교섭 진행과정
노사 간에 2021년 9월 7일 부터 2021년 10월 31일 까지의 54일간의 단체교섭을 통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였다.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이 끝나자 2021년 11월 9일 단체교섭 권한을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금속노동조합연맹 (금속노련)에 위임하였고, 금속노련의 상급단체 간부가 교섭위원으로 참석하였다. 회사는 2021년 11월 9일부터 30일 까지 4차례에 걸쳐 인사 경영권의 침해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였지만, 노동조합은 회사의 요구안을 거절하였다. 노동조합은 지난 20년 동안 투쟁을 통해서 확보한 노동조합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단체교섭을 통해서 인사 경영권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였고, 2021년 11월 23일 6개월 전의 단체협약의 해지통보를 하였다. 단체협약의 해지통보는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에 따라 종전의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이후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을 하기 위한 단체교섭이 계속 진행 중인 경우 종전의 단체협약의 효력이 지속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어느 일방이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하면 종전의 단체협약을 6개월이 지나면 해지 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금속노련의 지원을 받아 회사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사무소에 집회신고를 내고, 두 차례에 걸친 대형 집회를 열어 회사 대표자의 면담과 단체협약 해지통보 철회를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회사는 단체교섭의 권한을 공인노무사에 위임하였기 때문에 노무사와 협상하라고 하면서 면담을 거부하였다. 특히, 단체협약의 해지통보는 노동조합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 인사 경영권 회복을 하기위해 교섭 차원에서 나온 회사의 의지라고 답변하였다.
이번 인사 경영권 회복을 위한 노사 교섭과정에서 노동조합은 3번의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거쳤다. 노동조합은 2021년 11월 20일 부터 2021년 12월 21일 까지의 첫번째 조정을 거치면서 회사측에서 조합원 고용보장에 대한 문구를 단체협약에 삽입한다면, 인사 경영권 조항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고용보장에 대한 다음의 문구를 수용하였다. “고용보장: 회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의 동의없이 해고할 수 없다.” 이러한 사측의 수용에 노동조합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고 회사측의 인사 경영권 회복과 관련해 어느 정도 타협안을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의 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 최종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제안하였다. 회사측도 이에 공감하여 조정을 수락하였다. 2022년 3월 8일 부터 2022년 3월 20일 까지 인사 경영권 문제와 노조 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최종 타결을 도출하고자 하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조정을 합의로 취하하였다.
사실상 최종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조항은 단체협약 ‘제27조 (양도 및 하도급, 용역전환)’과 ‘제30조(규정 제정과 변경)’ 부분이었다. 상급단체 간부는 2022년 4월 12일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더 조정위원회를 통해서 단체협약을 해결하고자 조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사측은 조정에 임하면서 노동조합 교섭위원에 단체협약의 해지의 효력이 2022년 4월 23일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주지시키고 최종적인 협조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의 위원장은 상급단체를 배제하고,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단체교섭을 통해서 회사는 인사 경영권을 회복하였다. 물론 노동조합도 기존의 근로조건을 지켰으며, 일부 근로조건 향상을 이루어 내었다.
4. 회사측의 인사 경영권 회복 및 노동조합의 근로조건 향상
(1) 인사 경영권 회복
인사 경영권의 회복 내용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인 인사 경영권을 지난 20여년 동안 단체교섭을 통해서 노동조합에 양보하였던 것으로 회사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사용자의 고유권한 이었다고 할 수 있다.
(2) 노동조합의 근로조건의 향상
노동조합은 이번 단체교섭을 통해 회사의 구조조정 여파로 임금인상은 이루지 못했지만, 기존의 근로조건을 유지하면서 복지 부분에서 근로조건 향상을 시켰다.
IV. 단체교섭의 평가
1. 구조조정 실행
회사는 경쟁력을 상실한 특정 생산라인의 2교대 근무를 주간1교대로 전환하면서 구조조정을 실시하였다. 사실상 생산직 근로자를 구조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고 그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회사가 희망퇴직을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한 요인은 다음의 네 가지라고 볼 수 있다. (i) 경쟁력이 떨어진 제품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관련된 사무직 구조조정을 먼저 단행하였다. (ii) 적자 재정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금을 10개월로 높여 설정하여 희망퇴직을 실시하였고, 관련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실업급여와 맞춤형 경력설계를 지원하였다. (iii)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의견을 받아 인원규모를 축소하였고 대상자 선정도 조정함으로써 노사 간의 합의로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iv) 경영상 해고의 계획을 전 직원에게 통보하고 회사가 경영상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대상근로자들이 최선의 방법으로 희망퇴직을 모두 수용하게 하였다.
2. 인사 경영권의 회복
노동조합은 기득권인 인사 경영권의 제한 부분에 대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회사가 인사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i) 회사가 단체협약의 해지 통보를 하여 6개월 기간 내에 노사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사 경영권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권리도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하였다. (ii)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때문에 20명의 근로자가 구조조정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노동조합은 파업을 통한 근로조건의 향상이나 기득권의 보호보다는 고용안정을 추구하였다. (iii) 사용자가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하면서 비록 임금은 동결하였지만, 다른 근로조건을 향상시켜서 노동조합에 회사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V. 시사점
이번 단체교섭 사례를 통해 ‘구조조정’과 ‘인사 경영권 회복’의 과정과 성과를 경험하면서, 노동조합의 협조가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필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실상 이번 단체교섭 사례처럼 원만하게 해결된 비결은 노사간의 오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러한 노사간 신뢰관계는 오랜 동안 노사가 상호 믿음을 가지고 노력해 만든 결과이다. 이번을 계기로 삼아서 앞으로 이 회사가 글로벌 경쟁에서 노사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하고 위기를 극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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