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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Labor Cases (Volume 73) - Spring 2026
2026 HR 트렌드 예측:AI가 찢어놓은 전통적 인사관리의 로드맵
한준기 교수 / 동명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장

Ⅰ. 파괴적 혁신, 그 복판에 선 2026년:

불과 몇 해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HR은 물론이요 전체 비즈니스 운영방식에 큰 변화를 몰고왔다. 예를 들자면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장소를 바꾸어 놓았고,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를 경력직 중심으로 거의 완전히 재편했다. 그리고 효율성을 높여준 것도 사실이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혹자는 가야 할 방향이었는데 수동적인 우리를 변화할 수 밖에 없게끔 몹쓸 바이러스가 코너로 몰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또 새해는 밝았다.
그런데 2026년의 새해는 팬데믹의 충격을 뛰어넘어 파괴적 혁신의 복판에 우리를 세워 놓는다. 연초 비즈니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보면서, HR이라는 것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프로젝트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디지털 전환'이라 부르며 빠르게 경험하고 준비해 온 모든 것들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전통적인 인사관리(HR)의 해안선을 완전히 바꿔 놓은 느낌이다. 과거의 HR 로드맵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육성’하고 ‘보상’하면서 잘 관리하는 선형적 구조였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로드맵은 AI에 의해 갈갈이 찢겨 재구성된 비선형적 미로에 가깝다. 어쩌면 우리는 익숙했던 모든 인사관리의 공식을 폐기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는지도 모르겠다.

Ⅱ. 우선 주목해야 할 HR의 키워드:

이미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우선적으로 주목 해볼 만한 몇 가지 HR트렌드를 짚어보고자 한다. 각 키워드는 전통 인사관리의 상식을 흔들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1. AI-Augmented HR, 도구에서 동료로 변신:
첫번째 변화는 ‘AI 증강(Augmented)’의 일상화다. 2026년 현재, 글로벌 선도 기업의 HR은 더 이상 사람이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는다.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스스로 조직의 건강도를 체크하고, 인력 공백을 예측하며, 실시간으로 성과를 코칭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HR 담당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디지털 동료’다. 예를 들자면 글로벌 모 기업의 AI는 직원의 기술(Skill) 데이터와 프로젝트 참여 이력을 분석하여, 누가 언제 퇴사할 가능성이 높은지 90%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매니저에게 퇴사 방지를 위한 면담 시점을 전문가처럼 제안한다. 데이터 뒤에 숨어 행정 처리에 매몰되었던 HR은 갑자기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대신 AI가 내놓은 분석 결과에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책임’을 입히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어쩌면 HR 유일한 가치부여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2. 채용의 종말과 생산성의 역설:
두 번째 주목할 현상은 ‘채용의 종말’과 ‘1인당 생산성’의 극대화다. 이미 대규모 공채나 정기 채용은 물 건너 간지 꽤 되었다. 주니어를 뽑지 않은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필요한 스킬을 필요한 순간에 수급하는 ‘스킬 기반 공급망'을 갈망하고 있다. 글로벌 AI 연구 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AI와 결합한 지식 노동자의 업무 품질과 속도는 비활용 그룹 대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고난도 추론이 필요한 영역에서 숙련된 노동자의 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사실상 ‘2배(Double)’ 수준으로 증폭될 수 있음이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AI의 도움을 받는 한 명의 개인이 과거 수십 명 규모의 팀이 하던 일을 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 리더의 핵심 과제는 "몇 명을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남은 인재의 잠재력을 AI로 어떻게 10배 증폭시킬 것인가”로 전환되는 것도 시간문제 일 것이다.

3. 상시적 구조조정, 성장을 위한 슬림화:
다음 키워드는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뼈아픈 뉴스로 다가올 것이다. ‘상시적 구조조정’의 일상화다. 필자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20여년간 미국, 영국의 톱클래스 다국적기업의 인사책임자로 상시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때의 스토리와 작금의 그것은 결이 많이 다르다. “성장 중임에도 불구하고 단행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제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최대 실적 속 15,000명을 감원했다. 특히, 본사 캠퍼스의 상징이었던 ‘직원 도서관’을 폐쇄하고 디지털/AI 기반 학습 경험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구글도 마찬가지이다.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2024년부터 지속적으로 “AI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조직 계층 파괴”와 속도를 강조해오고 있다.
더욱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오늘의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이러한 방정식이 국내 대기업 CEO들의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음 수순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신년사 등을 통해 ‘기술 초격차’를 넘어선 ‘인적 초격차’를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 강제 해고가 어려운 국내 여건상, ‘희망퇴직의 상시화’와 ‘내부 인력의 소프트웨어 전환’이라는 카드가 불가피해 보인다. SK, LG그룹에서도 이전과는 󰡐톤󰡑이 다른 운영효율화와 󰡐재교육(Reskilling)'과 󰡐조직 재편'의 형태를 띤 한국형 슬림화의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구조조정이 󰡐마른 수건 짜기'였다면, 2026년 이후의 빅테크의 구조조정은 가히 󰡐엔진 교체'라고도 할 수 있다.

Ⅲ. 키워드 넘어 저편에 있는 것들-연쇄 효과와 시사점:

이러한 전대미문의 HR트렌드와 함께 인사부는 계속 전략적이고 새로운 역할을 해내라고 도전을 받을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고도의 전략가이자 인적자원 디자이너로 거듭날 운명이다. 구성원들의 역량은 중요한데 무엇을 어떻게 개발시켜야 할지도 새로운 숙제로 떠오를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교육훈련(L&D) 역시 사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 이후에 가중된 부담으로 등장한 구성원 몰입도, 문화적 충돌, 저성과자 관리 이슈는 여전히 집요이 따라온다. 각 구성원도 방심은 금물이다. 스스로가 개인차원의 생존기술 혁명(Reskilling Revolution)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연공서열에서 역량으로, 다시 역량에서 직무 중심으로 인사관리의 정답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2026년, 이제 󰡐직무'라는 틀마저 무너지고 󰡐스킬(Skill)'의 시대가 들이닥쳤다. AI가 찢어 놓은 전통적 인사관리의 로드맵은 더 이상 복구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찢겨진 틈새 사이로 새로운 기회의 빛은 분명히 들어올 것이다. 2026년의 리더와 HR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기술이라는 날카로운 도구를 손에 쥐고, 인간 본연의 창의성과 진정성을 조직이라는 캔버스에 어떻게 다시 그려낼 것인지 고민하는 󰡐설계자'의 자세다. 누구는 채용의 종말을 운운하고 조직 슬림이 가속화되는 이 격변의 시대야 말로, 우리가 󰡐가장 HR다운 경영'이 무엇인지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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